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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2 <7번 방의 선물> 감동 속 불편함

류승룡 주연의 <7번 방의 선물>이 주말께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고 한다.

이제는 천만관객이 흔해졌다고들 하지만,

5천만 국민이 살고 있는, 한국에서 1천만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리고 <7번 방의 선물>의 천만 관객 돌파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둑들>이나 <베를린>처럼 초호화 캐스팅, 전세계 곳곳의 로케 촬영, 화려한 볼거리 등으로 무장한

소위 말하는 '돈을 바른' 영화가 아니라,

감동적인 스토리와 연기력이라는 극의 정공법적인 요소로 천만 관객을 도달하게 된 것이다.

돈이 아니라, 좋은 대본과 좋은 배우로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돈을 바른' 영화는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모든 극은 스토리와 연기력으로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7번 방의 선물'의 성공 소식은 나에게도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렇다면 직접 성공의 이유를 알아봐야하지 않겠는가?

 

'7번 방의 선물'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국민의 1/5이 되기 위해서,

며칠 전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도 괜찮았고, 연기는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류승룡의 연기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으며, 어린 예승이의 연기도 꽤 준수했다.

7번 방의 조연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감동과 웃음 사이의 완급 조절도 꽤나 훌륭했다.

보면서 엉덩이에 털 난 사람 꽤 있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으며,

여자친구에게 빌려준 손수건은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필자도 눈물이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면서 영화를 봤다.(사실 좀 흘렸다.)

 

 

그러나 보는 내내 불편함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너무도 감동적인 영화라서, 오히려 불편했달까?

 

불편함은 마치 빨래 짜듯이 눈물을 쥐어 짜내는 듯한 소재에 있다.

눈물 짜내기 좋은 소재들을 적절한 레시피에 맞게 골고루 섞어 놓은 영화 같았다.

거기다가 그 소재들은 언젠가 다른 영화에서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식상한 소재들이었다.

 

첫번째, 장애인 아빠에 똑똑한 딸이라는 인물 구도.

장애인 아빠에 똑똑한 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I am Sam>이다.

샘과 용구, 루시와 예승이...

예승이의 재롱이며, 똑부러지는 성격이며, 용구의 바보같은 부성애이며...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해 아버지와 딸이 떨어지게 되려는 것까지도...

<7번 방의 선물>에서 흘린 눈물은 <I am Sam>에서 흘렸던 눈물과 같은 농도의 눈물이었다.

 

두번째, 목숨 까지 내놓는 부성애

용구는 왜 법정에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딸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는 용구의 부성애.

<테이큰>의 리암 니슨 정도로 강하지 못했지만, 누가 용구의 부성애가 리암 니슨보다 못하다고 하겠는가,

모든 딸이라면, 모든 아버지라면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전형적인 눈물 짜기 소재이다.

 

세번째, 약자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상황

용구는 잘못한 것이 없다. 그러나 약자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런 일들.

아아 어찌 분노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랴!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와 같달까.

[관련기사] 울산 비정규직 대량해고 논란

 

네번째, 과하게 감동적인 나레이션.

서..설마... 지금 나레이션 나오진 않겠지? 할 때 나레이션이 나왔다.

역시는 역시 역시다.

장애인 용구가 아닌, 비장애인 류승룡의 감동적인 나레이션.

너무 적절한 타이밍에 너무 감동적인 나레이션이라,

오히려 눈물이 멈춰버렸다.

 

 

어떤 것에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면 한다.

눈물까지도 요구를 받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흘린 눈물에는 소금이 빠져 있고,

두번째 흘린 같은 눈물은 희석되기 바련이다.

 

다음 천만관객 영화는 좀 더 네러티브가 살아있고, 신선한 영화를 기대해본다.

 

 

p.s) 류승룡이 너무 좋아서 이 영화는 까고 싶지 않았는데...

'7번 방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에로 영화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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